[펌] 호주로 80일 전지훈련 떠나는 '대한민국 마린보이' 박태환

2010. 4. 23. 17:28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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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로 80일 전지훈련 떠나는 '대한민국 마린보이' 박태환
기간 긴 만큼 힘들겠지만 볼 감독과 호흡 잘 맞아 발전할 시간도 생길 것…
심리치료로 자신감 붙어

박태환(21·단국대)이 '80일간의 전지훈련'을 떠난다. 2008 베이징올림픽 수영 자유형 400m 챔피언인 박태환은 20일 호주 브리즈번으로 떠나 현지 세인트피터스웨스턴클럽에서 마이클 볼 감독의 지도를 받게 된다. 11월 아시안게임을 겨냥한 집중 훈련이다. 수영 국가대표팀 노민상 감독, 훈련 파트너 강용환 등이 동행하며 오는 7월 9일 귀국 예정이다.

박태환은 1월 중순 한 달 동안 1차 브리즈번 전지훈련을 하면서 볼 감독과 호흡을 맞췄고, 귀국 후에도 볼 감독이 매주 이메일로 보낸 프로그램을 충실히 소화해왔다.

14일 태릉선수촌에서 만난 '마린 보이'는 "(80일간의 전지훈련을 통해) 더 좋아질 것으로 믿고, 기대를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2009 로마 세계선수권대회 부진 이후 "국민이 제게 등을 돌리셨을까봐 걱정했다. 겁이 나서 인터넷에도 못 들어갔다"고 말했던 그였지만 표정이 밝아 보였다.

―전지훈련 80일은 선수생활 중 가장 긴 일정인데요.

"더 힘들겠죠. 외로울 거고. 반대로 생각하면 더 좋을 것 같아요. (외국에) 오래 있는 만큼 발전할 시간도 생길 테니까요. (1월에) 한 달 다녀왔을 때 느낌이 좋았어요. 이번에도 볼 감독님과 호흡을 잘 맞출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난번 브리즈번 훈련 때 겪은 볼 감독의 지도 방식은 어떻던가요.

"선수의 상태를 보고 거기에 맞춘다고 할까요? 선수가 페이스를 끌고나가다 지치면 예정된 1분 휴식 대신 1분30초를 쉬게 하고 다시 훈련을 시켜요. 그런 (훈련과 휴식의) 비율을 잘 맞춰주십니다. 선수가 꾀를 부리는지 아닌지를 아시는 것 같아요. 선수가 알아서 하도록 배려를 하시는 것 같더라고요."

―전에는 비난 여론이 무서워 인터넷도 안 한다고 했는데.

"그냥 좀 보는 것말고는 별로…. 요샌 제 기사 나온 것도 없지 않나요? 아, 이번에는 (인터뷰 기사가) 나오겠다. TV도 잠깐 보고 말아요. (수영 때문에) 피곤해서 잠자기 바빠요."

 박태환은“이번에 브리즈번에 가면 훈련하면서 생기는 재밌는 에피소드들을 모아서 전해 드리겠다”고 말했다. 힘든 훈련일수록 더 즐기면서 하겠다는 각오였다. /이태경 기자 ecaro@chosun.com
―요즘 김연아 선수의 향후 진로도 관심이죠.

"'김연아가 은퇴할지도 모른다'는 얘기는 들어서 알고는 있어요."

―밴쿠버 동계올림픽 때 김연아 선수 경기는 봤나요?

"당연히 TV로 봤죠. 굉장히 감동했어요. 배울 점도 많은 것 같았고요. (김연아는)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목표를 정해놓고 일직선으로 달려오면서도 자신을 잘 관리했기 때문에 큰 선수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다른 목표를 잡아도 잘할 거예요. 은퇴한다면 아쉬운 면이 많을 것 같아요. 국민이나 저도 그렇고. 물론 본인의 뜻이 중요하겠지만요."

―스피드 스케이팅의 이승훈 선수는 어땠나요. 장거리이고, 기록을 다투는 종목이라 관심이 있었을 것 같은데요.

"(1만m 금메달 경기 때) 너무 잘하셔서 경력이 많은 줄 알았어요. 그런데 (공식 레이스로는) 세 번째였다고 해서 놀랐습니다. 선천적으로 타고난 게 있나 보다 생각했어요."

―'선천적'은 원래 박태환 선수에게 붙는 수식어 아니었나요.

"주위 분들이 그렇게 말씀하시지만 전 열심히 하는 거죠. 운이 따랐던 것 같아요. 갑자기 하강하는 일(로마 세계선수권 부진)이 생겨서 상처를 받기도 했지만요. 이제 더 열심히 하고 있으니까 좋은 결과가 나오겠죠."

―매주 받는 스포츠 심리 치료는 효과가 있나요.

"심리적으로 강해지고 편안해지는 걸 느낍니다. 작년 세계선수권 때는 왠지 불안한 느낌이 있었는데 이제 그런 거 없고, 자신감이 붙고 있어요. 이번 전지훈련에도 심리 치료 선생님이 호주에 잠시 오기로 했습니다."

―볼 감독이 '박태환이라면 자유형 100m·200m·400m·1500m를 고루 잘할 수도 있겠다'고 놀라워했다죠?

"100m는 스타트가 약해서…. 단거리는 스타트로 먹고 들어가는 차이가 있어요. 저번 아시안게임(2006년 카타르 도하) 땐 100m(은메달)를 뛰었는데 이번 아시안게임(11월·중국 광저우)엔 어떻게 할지 생각 중입니다. 50m도 기록이 괜찮을 거 같으면 경험 삼아 (출전을) 생각해보려고 합니다."

박태환은 밴쿠버 동계올림픽 때 김연아의 경기를 보고 "소름이 돋을 정도로 감탄했다"고 말했다. '11월 아시안게임에선 박태환 선수가 국민을 소름 돋게 만들어달라'고 했더니 "그랬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마린 보이'의 잔잔한 웃음 속엔 명예 회복을 향한 강한 열망이 담겨 있는 듯했다

by 성진혁 기자 jhs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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