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린보이' 박태환 신체의 비밀

2010. 4. 25. 02:14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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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환에겐 사람을 놀라게 하는 재주가 있다. 무시무시한 막판 스퍼트로 아무도 예상 못했던 세계선수권대회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게 1년 전. 지난 18일과 20일엔 훈련 시간이 부족했는데도 아시아기록을 2개나 작성하며 '역시 박태환'이라는 말이 나오게 했다. 수영을 하기 위해 태어났다고 할 만큼 뛰어난 부력과 회복능력, 폐활량 등 박태환의 장점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특히 박태환의 상체와 하체에는 수영 선수로서 성공할 수 밖에 없는 비밀이 한 가지씩 숨어 있다.

'마린보이' 발 길이 같아 비정상?

일반인과 대부분 운동선수들 다리 길이 달라
헤엄 때 상체 네 가지 근육 모두 써 '폭발력' 커
 
 ▶다리 길이가 똑같다

 지난 1월부터 박태환을 지도하고 있는 전담팀의 김보상 웨이트트레이너는 그의 근기능을측정하면서 독특한 점을 발견했다.

 "일반인이나 대부분의 운동선수들은 좌우 다리의 길이가 조금씩 다르죠. 그런데 태환이는 신기하게도 거의 오차가 없을 만큼 양쪽 다리의 길이와 힘이 똑같더군요."

 김 트레이너는 과거 황선홍(현 부산 감독) 안정환(부산) 김남일(일본 빗셀 고베)의 개인트레이너로 일한 경험이 있다. 그는 "밸런스하나만 놓고보면 지금까지 지도해본 그 어떤 선수들보다 박태환이 더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김 트레이너는 "보통 무게중심이 한 쪽으로 쏠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골반이 틀어지면서 다리 길이와 힘에 차이가 생긴다. 이럴 경우 좌우 밸런스가 무너지고 한쪽으로 힘이 치우치는 현상이 온다"고 설명했다.

 박태환의 좌우 밸런스는 정평이 나 있다. 하체의 미는 힘이 좌우 34.5kg, 34kg으로 거의 일치하고 굽히는 힘도 72.9kg, 72.7kg이다.

 김 트레이너는 "운동 선수가 갖춰야 할 세가지 기본 요소가 밸런스, 유연성, 근력이다. 밸런스가 무너질 경우 힘이 좌우로 분산되면서 자기 힘의 100%를 발휘하지 못하는 상황이 된다. 박태환의 경우엔 완벽한 좌우 밸런스 덕분에 힘을 효율적으로 쓰면서 같은 에너지로 남보다 더 큰 힘을 쓸 수 있는 효과가 오는 것"이라고 밝혔다.


 ▶상체의 네 가지 근육을 모두 쓴다

 노민상 수영 대표팀 감독은 20일 박태환의 자유형 200m 경기가 끝난 뒤 상기된 표정으로 인터뷰에 응했다. 그는 "이건 지금까지 나오지 않았던 얘기인데 태환이는 다른 서양 선수들과 달리 헤엄을 칠 때 상체의 네 가지 근육을 모두 다 사용한다"고 공개했다. 노 감독의 설명에 따르면, 일반 선수들은 주로 전완근의 힘에 의지한다. 전완근은 손목에서 팔꿈치 아래 부분의 근육을 말한다. 이 근육은 끌어당기는 힘을 낸다. 수영선수들이 물을 잡아 당기는 직접적인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다.

 박태환은 다르다. 노 감독은 "박태환이 전완근은 기본이고 여기에 승모근(목과 어깨 사이의 근육)과 등척근(등 뒤의 목덜미 아래에서 활배근 끝나는 부근까지 근육), 활배근(허리에서 등에 퍼져 있는 삼각형 모양의 근육)을 모두 활용할 줄 안다"고 말했다. 또 "근육을 다 쓴다는 건 하나만 사용하는 것에 비해 에너지 폭발력이 더 크다"고 분석했다. 

 노 감독은 최근에야 이 사실을 알았다고 한다. 흥미로운 점은 박태환 본인도 몰랐다는 점이다.

 노 감독은 "최근에 박태환이 태릉선수촌에 재입촌해서 같이 훈련을 하다가 우연히 태환이가 상체 근육 네 가지를 전부 쓰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노 감독은 "전완근뿐만 아니라 다른 근육들을 키우기 시작하면서 태환이의 경기력이 더 좋아지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 권영한 기자 scblog.chosun.com/champano>

/출처 : 조선일보 2008-04-21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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