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환 폐활량 2년새 360cc 감소

2010. 5. 6. 11:31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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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심리상태’는 안정세. 마린보이의 부활을 위해 ‘폐활량 회복 프로젝트’가 가동된다.

지난해 로마쇼크 이후 재기를 다짐하고 있는 박태환(20·단국대)은 4월20일 호주 브리즈번으로 전지훈련을 떠났다. 7월9일 귀국 전까지 약 3개월 동안 마이클 볼(호주) 코치, 경영대표팀 노민상 감독과 함께 강도높은 훈련을 소화할 예정. 수영관계자들은 “정신적으로 재무장이 됐고, 훈련 성과도 좋다”고 전한다.

▶ 폐활량 얼마나 떨어졌나

○박태환, 최근 2년간 폐활량 500cc 줄어

2008년 6930cc → 2010년 6570cc
최근 2년간 끊임없는 감소 추세 뚜렷

하지만 체육과학연구원(kiss) 송홍선 박사가 최근 한 가지 문제점을 발견했다. 송 박사는 박태환의 2008베이징올림픽금메달을 지원한 숨은 공로자로 현재 박태환 특별강화위원회(강화위) 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송 박사가 측정한 바에 따르면 2008년 3월, 박태환의 폐활량은 6930cc였다. 일반인의 2배. 이미 2006도하아시안게임 3관왕을 달성할 때부터 7000cc에 이르는 박태환의 엄청난 폐활량은 화제였다.

하지만 2008년 6월 6750cc, 2009년 8월 6700cc, 2010년 4월 6570cc로 계속 폐활량이 줄어드는 추세다.(그래프1참조) ‘1초간 노력성 호기량(fev1)’도 2008년 3월 6040cc에서 2008년 6월 5800cc, 2009년 8월 5620cc, 2010년 4월 5450cc로 하락세가 뚜렷하다.

1초 동안 불 수 있는 최대공기량을 뜻하는 fev1은 수영선수가 갑작스러운 힘을 쓰는 턴동작 등에서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는데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폐활량은 심폐지구력과 연관이 깊다. 박태환이 도하아시안게임과 2007멜버른세계선수권에서 뛰어난 막판스퍼트를 펼친 것도 폐활량의 덕이 컸다. 하지만 수영선수에게 폐활량의 하락은 더 큰 문제를 야기한다. 바로 부력의 감소다.

▶ 폐활량 감소 왜 문제인가

○폐활량 하락은 부력감소 및 저항증가로 직결

폐활량 하락은 부력의 저하로 이어져

신체 물속에 많이 잠기게돼 저항 커져

물의 밀도는 1.0kg/l이다. 반면, 공기는 0kg/l이다. 따라서 숨을 내쉰 상태에서 1.03인 인체의 비중은 숨을 들이마신 상태에서는 0.94로 떨어진다. 숨을 들이마시면 자연스럽게 물에 뜨는 이유다.

송 박사는 “폐에 더 많은 공기를 채울수록 부력이 좋아진다고”고 밝혔다. 튜브를 몸에 다는 것과 같은 효과다. ‘국내 여자개인혼영의 1인자’ 남유선(25·부산시체육회) 역시 “나도 폐활량이 커서 부력이 좋은 편”이라고 했다. 남유선의 폐활량은 4800cc로 성인여성의 약 2배다.

외국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박태환의 주종목인 400m에서 부력이 경기력에 미치는 영향은 10%%에 이른다. 대표팀코칭스태프는 “첨단수영복은 부력이 좋아 50m당 0.5초의 기록향상 효과가 있다”고 할 정도. 실제로 국제수영연맹(fina)에서 올 시즌부터 첨단수영복을 금지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기록하향세가 뚜렷하다.

반면 박태환은 천부적인 부력을 지녀 첨단수영복의 혜택을 크게 받지 못하는 편이다. 올 시즌 전망이 좋은 이유 중 하나였다. 하지만 폐활량이 떨어지면서 박태환의 부력이 감소했다.

송 박사는 “폐가 상체에 위치하기 때문에 폐에 더 많은 공기를 채울 수 있다면, 상체를 유선형으로 만드는데 더 유리하다”면서 “하지만 박태환은 2년 간 폐활량이 약 500cc 줄면서 500ml 페트병 하나 만큼의 공기를 몸에서 떼어낸 것과 같은 상황”이라고 했다.

유선형을 잘 유지하면, 물에 대한 저항이 감소해 생리적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다. 즉, 막판 스퍼트에서 쓸 에너지의 비축이 가능한 셈. 반대로 폐활량이 떨어져 유선형을 유지할 수 없다면 물속으로 몸이 그만큼 잠기고 저항이 커진다.

송 박사가 비디오촬영을 통해 조사한 결과 박태환의 상체가 수면과 이루는 각도는 2008년보다 더 낮아졌다. 송 박사는 “배를 예로 들자면, 뱃머리가 떨어져 파도를 더 많이 받고 가는 것과 같다”고 했다.

▶ 그래도 재기 가능성 높다…왜?

○송홍선 박사, “7000cc까지 회복하자”, 박태환 “8000cc까지 해볼래요”

“폐활량 8000cc로 올린다” 전훈 의욕

세계선수권 참패후 심리 상태 안정세

성인선수의 경우, 폐활량의 감소가 수중훈련 부족 때문이라고 단정 짓기는 어렵다. 송 박사는 “성장기까지는 지구력훈련(장거리수영·달리기)으로 폐활량을 최대로 향상시킬 수 있지만 그 이후에는 퇴화하거나, 잘 해야 유지하는 정도”라고 했다. 수영중장거리 선수가 19∼21세에 최고의 경기력을 발휘하는 것도 폐활량의 영향이 크다.

송 박사는 강화위 위원인 ‘스포츠심리전문가’ 조수경 박사와 함께 4월27일 박태환의 전지훈련지로 떠났다. 볼 코치에게 박태환의 폐활량 문제에 대한 의견을 전달했고, 볼 코치 역시 이를 적극 수용했다.

송 박사의 진단은 “이제 수중훈련 만으로는 폐활량을 늘릴 수 없다”는 것. ‘스피어타이거’ 등 폐활량향상기구 등으로 호흡근을 단련해 인위적으로 폐활량을 늘릴 계획이다.

박태환 역시 “7000cc까지 올려보자”는 송 박사의 제안에 “8000cc까지 해 보겠다”며 의욕을 불사르고 있다. 2010광저우아시안게임을 대비하는 호주 전지훈련. 생리적 측면에서는 폐활량의 회복·향상이 부활프로젝트의 열쇠다.

○조수경 박사 “박태환의 심리상태 크게 호전”

로마쇼크 이후 우려를 낳았던 박태환의 심리상태는 안정세가 뚜렷하다. 박태환은 하루도 빠짐없이 일지를 작성하고, 조수경 박사는 강화위가 출범한 2009년 9월부터 지금까지 주 1회씩 심리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1회당 상담시간은 1시간30분에서 2시간.

조 박사는 박태환의 심리평가에 있어서 스포츠심리학에서 다루는 측정도구뿐만 아니라, 정서적·감정적·사회적 요소 등 인간 전체를 파악하는 측정도구를 사용한다. 경기력 극대화를 목표로 다차원적 분석을 하기 위해서다.

심리측정항목은 무려 326개. 조 박사는 현시점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항목 중 박태환의 동의를 구한 5개 요소를 공개했다. (그래프2참조) 이번 호주 방문에서도 이 5가지를 주요항목으로 심리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조사시점은 2009년 9월24일(로마세계선수권 직후)과 2010년 1월20일. 불과 넉달 사이임에도 심리의 변화가 뚜렷하다. 첫 번째 항목인 ‘내적동기’는 수영에 대한 흥미와 유능감(자신이 능력 있다고 느끼는 정도) 등을 말한다.

박태환은 로마쇼크 직후인 9월, 내적동기가 22%로 떨어져있었다. 두 번째 항목인 ‘자신감’ 역시 36%에 불과했다. 하지만 1월에는 내적동기가 82%, 자신감은 74%까지 향상됐다. 정신적인 준비와 주의 집중력, 코치에 대한 신뢰 등이 반영되는 ‘심리기술’ 항목도 28%에서 78%로 급상승.

반면, ‘인지적 불안’은 72%에서 17%로, ‘자기팽창’은 64%에서 9%로 감소했다. 자기팽창은 자신의 능력에 대한 비현실적 평가로, 일시적인 극도의 스트레스 상황에서 올 수 있는 심리상태다. 박태환은 의기소침하고, 부정적이던 정서에서 긍정적인 정서로 심리수준이 향상됐다.

조 박사는 “광저우아시안게임 전까지 내적동기와 자신감, 심리기술은 90% 이상, 인지적 불안은 5%이하, 자기팽창은 0%까지 떨어뜨리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출처 : 동아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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